잘 팔리는 줄 알았던 상품을 삭제하기까지 30일 걸린 이유
쿠팡에 상품을 올리다 보면 가끔 애매한 상품이 생긴다. 아예 안 팔리면 차라리 쉽다. 그냥 삭제하거나 판매중지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가끔 팔리는 상품이다. 많이 팔리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완전히 조용한 것도 아닌 상품. 이런 상품이 오히려 더 판단하기 어려웠다.
한 번은 그런 상품이 있었다. 처음 올렸을 때는 꽤 기대했다. 경쟁 상품도 있었고, 검색해보면 수요가 아예 없는 느낌은 아니었다. 가격도 맞춰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상세페이지도 공급처 자료를 기반으로 크게 어렵지 않게 구성할 수 있었다.
처음 며칠은 조용했다. 그러다 주문이 하나 들어왔다. 그때는 괜히 반가웠다. “역시 그냥 두면 팔리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주문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끊기는 것도 아니었다. 며칠 조용하다가 하나 팔리고, 또 한참 조용하다가 하나 팔렸다.
이런 상품이 은근히 사람을 붙잡는다.
매일 잘 팔리는 상품은 아니지만, 삭제하려고 하면 꼭 한 번씩 팔린다. 그러면 또 생각이 바뀐다.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 상품명을 바꾸면 나아질까. 가격을 500원 낮춰볼까. 대표이미지를 바꿔볼까.
그렇게 30일이 지나갔다.
삭제 버튼 앞에서 제일 많이 한 생각
상품 삭제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까움이었다. 등록하는 데 시간을 썼고, 상품명도 만들었고, 가격도 맞췄다. 판매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한두 건이라도 팔린 이력이 있으면 더 아깝다.
판매자센터에서 상품을 열어놓고 한참 봤다. 이걸 지워도 되나. 혹시 다음 주에 팔릴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 삭제하면 내가 너무 빨리 포기하는 건 아닐까.
처음에는 상품을 삭제하는 걸 실패처럼 느꼈다. 내가 잘못 고른 상품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쉽게 못 지웠다. 판매중으로 두는 건 당장 손해가 없어 보였고, 삭제는 뭔가 가능성을 잘라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르게 보였다. 판매중으로 남겨둔다고 공짜는 아니었다. 화면에 계속 남아 있고, 가끔 가격을 확인해야 하고, 공급처 재고도 봐야 했다. 원가가 바뀌었는지 신경 쓰이고, 혹시 주문이 들어오면 정상 발송 가능한지도 확인해야 했다.
안 팔리는 상품도 관리를 먹는다.
이걸 늦게 알았다.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는 줄 알았는데, 사실 머릿속 한쪽을 계속 차지하고 있었다.
한 달 동안 2개 팔린 상품을 계속 들고 있어야 할까
그 상품은 한 달 동안 2개가 팔렸다. 숫자로만 보면 아주 나쁜 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아예 0개는 아니니까. 그런데 마진을 다시 보니 애매했다. 1개 팔아서 남는 돈이 크지 않았다.
처음 계산했을 때는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중간에 원가가 조금 올랐고, 경쟁자 가격도 낮아졌다. 판매가를 유지하면 내 상품이 비싸 보이고, 가격을 맞추면 남는 돈이 줄었다. 여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2개 팔려고 한 달 동안 계속 보는 게 맞나.
이 질문이 꽤 컸다. 물론 상품마다 다르다. 고가 상품이고 마진이 크다면 한 달에 2개라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상품은 아니었다. 마진이 얇았고, 공급처 확인도 계속 필요했다. 옵션도 조금 애매했다. 고객 문의가 들어오면 바로 답하기 귀찮은 유형이었다.
판매량이 적어도 남는 돈이 충분하면 기다릴 수 있다. 반대로 판매량이 적고 마진도 얇으면 오래 들고 갈 이유가 약해진다. 그걸 알고도 바로 삭제를 못 했다. 이상하게 “그래도 팔린 적은 있잖아”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았다.
쿠팡 상품 삭제를 미루게 되는 이유
쿠팡 상품 삭제를 미루는 이유는 단순히 귀찮아서만은 아니었다. 나한테는 몇 가지 마음이 섞여 있었다.
첫 번째는 기대감이었다. 언젠가 갑자기 노출이 잡힐 수도 있지 않을까. 쿠팡은 가끔 예상하지 못한 상품에서 주문이 들어오기도 하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달라질 것 같았다.
두 번째는 등록한 시간이 아까웠다. 상품 하나 등록하는 데 생각보다 손이 간다. 상품명 쓰고, 이미지 확인하고, 가격 맞추고, 옵션 넣고, 배송비 설정한다. 그렇게 올린 상품을 지우면 그 시간이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세 번째는 판단을 미루고 싶은 마음이었다. 삭제한다는 건 이 상품은 가져가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일이다. 판매중으로 남겨두면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나중으로 미룰 수 있다. 그래서 더 오래 남겨뒀던 것 같다.
문제는 나중이 계속 쌓인다는 거다.
나중에 볼 상품, 나중에 가격 수정할 상품, 나중에 삭제할 상품. 이런 것들이 판매자센터에 늘어나면 화면이 무거워진다. 상품 수는 많아 보이는데 실제로 돈을 만드는 상품은 일부다. 나머지는 애매하게 걸쳐 있다.
판매중 상품 수가 많다고 마음이 편한 건 아니었다
초반에는 상품 수가 많아지면 뭔가 든든했다. 판매중 상품이 10개일 때보다 100개일 때가 더 사업을 하는 것 같았다. 상품 수가 많으면 그만큼 기회도 많아질 것 같았다.
그런데 상품 수가 늘어날수록 관리해야 할 것도 늘었다. 품절 확인, 원가 확인, 가격 경쟁 확인, 판매중지 여부. 상품 하나하나는 작아 보여도 쌓이면 시간이 간다.
특히 애매한 상품이 많아질수록 판매자센터를 볼 때 집중이 흐려졌다. 진짜 봐야 할 상품과 그냥 남아 있는 상품이 섞였다. 잘 팔리는 상품을 더 챙겨야 하는데, 안 팔리는 상품도 한 번씩 눈에 걸렸다.
그때부터 상품 수를 줄이는 것도 관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전에는 상품을 많이 올리는 것만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남길 상품과 지울 상품을 나누는 것도 일이다.
조금 재미없는 일이다. 티도 안 난다. 상품을 새로 올리면 숫자가 늘어나는데, 삭제하면 숫자가 줄어든다. 그래서 성과처럼 안 보인다. 하지만 막상 지우고 나면 화면이 정리된다. 그게 생각보다 중요했다.
삭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3가지
그 상품을 바로 지우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를 다시 봤다. 그냥 감으로 삭제하면 나중에 또 찝찝할 것 같았다.
먼저 30일 판매량을 봤다. 한 달 동안 몇 개가 팔렸는지 확인했다. 주문이 아주 없는 상품은 아니었지만, 꾸준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며칠에 하나 나가는 수준이었다.
다음으로 마진을 다시 계산했다. 처음 등록할 때 계산한 마진은 이미 의미가 없었다. 원가가 바뀌었고, 경쟁자 가격도 달라졌다. 현재 기준으로 판매가, 원가, 수수료, 배송비를 다시 넣어봤다. 숫자를 보니 더 명확해졌다. 팔려도 크게 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손이 얼마나 가는지 봤다. 이게 제일 현실적이었다. 재고 확인이 쉬운지, 원가 변동이 잦은지, 옵션이 복잡한지, 고객 문의가 생겼을 때 바로 답할 수 있는지. 이 상품은 여기서 점수가 낮았다.
그 세 가지를 보고 나니 마음이 조금 정리됐다. 팔린 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들고 가기에는 애매했다.
삭제보다 판매중지가 먼저 편했다
처음부터 완전히 삭제하기는 좀 찝찝했다. 그래서 판매중지를 먼저 했다. 이건 심리적으로 조금 낫다. 완전히 지우는 건 아니고, 일단 멈춰두는 느낌이니까.
판매중지를 걸어놓고 며칠 지나니 이상했다. 생각보다 아무 일도 없었다. 당연한 말인데, 그 상품이 없어도 매출에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확인해야 할 상품이 하나 줄어서 조금 편했다.
이 경험을 하고 나서 알았다. 내가 붙잡고 있던 건 실제 매출보다 미련에 가까웠다.
판매중지 후에도 다시 살릴 수 있다. 정말 아깝거나 다시 기회가 보이면 수정해서 올리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상품 정리가 조금 쉬워졌다. 삭제는 끝이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판매중지는 잠깐 내려놓는 느낌이다.
쿠팡 상품 삭제를 고민할 때 꼭 바로 삭제할 필요는 없었다. 먼저 판매중지로 멈춰보고, 그 상품이 없어도 흐름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지 보는 것도 방법이었다.
안 팔리는 상품보다 애매하게 팔리는 상품이 더 어려웠다
완전히 안 팔리는 상품은 시간이 지나면 판단이 비교적 쉽다. 조회도 없고, 클릭도 없고, 주문도 없으면 정리할 이유가 분명하다. 그런데 애매하게 팔리는 상품은 계속 고민하게 만든다.
한 달에 1개, 2개. 가끔 들어오는 주문. 낮은 마진. 조금씩 바뀌는 원가. 이런 상품은 숫자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 오래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를 계속하려면 애매한 상품을 정리하는 기준이 필요했다. 모든 상품을 끝까지 붙잡고 갈 수는 없다. 특히 1인 판매자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잘 팔리는 상품도 봐야 하고, 새 상품도 찾아야 하고, 세금이나 정산도 챙겨야 한다.
애매한 상품에 계속 시간을 쓰면 중요한 상품을 놓칠 수 있다. 이게 더 큰 문제였다.
그 상품을 정리하고 나서 대단한 변화가 생긴 건 아니다. 매출이 갑자기 좋아진 것도 아니고, 일이 확 줄어든 것도 아니다. 다만 판매자센터를 볼 때 덜 찝찝했다. 지워야 할 걸 알고도 남겨둔 상품이 하나 줄었다는 느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상품을 삭제하는 것도 다음 상품을 고르는 기준이 됐다
이상하게도 상품을 삭제하고 나니 다음 상품을 볼 때 기준이 조금 생겼다. 예전 같으면 팔릴 가능성만 보고 올렸을 상품을 한 번 더 보게 됐다.
이 상품은 한 달에 몇 개 정도 팔려야 의미가 있을까. 원가가 바뀌면 버틸 수 있을까. 고객 문의가 많을까. 옵션이 복잡하지는 않을까. 팔리더라도 내가 계속 관리할 수 있을까.
상품을 삭제해보면 내가 어떤 상품을 잘못 골랐는지도 보인다. 그전에는 그냥 안 팔린 상품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이유가 있다. 마진이 얇았거나, 경쟁이 심했거나, 공급처가 불안정했거나, 상품명과 실제 검색 의도가 맞지 않았거나.
삭제는 실패 기록처럼 보였지만, 사실 다음 상품을 고르는 자료가 됐다.
쿠팡 상품 삭제는 포기가 아니라 정리였다
처음에는 상품을 삭제하는 게 괜히 싫었다. 판매중 상품 수가 줄어드는 것도 싫었고, 내가 고른 상품이 별로였다는 걸 인정하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한참 미뤘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본다. 쿠팡 상품 삭제는 포기라기보다 정리에 가깝다. 돈을 만드는 상품과 시간을 잡아먹는 상품을 나누는 일이다.
물론 너무 빨리 지우는 것도 좋지는 않다. 상품마다 반응이 오는 시간이 다르고, 상품명이나 가격을 조금 손보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 기준 없이 계속 남겨두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나에게는 30일이 하나의 기준이 됐다. 한 달 동안 판매량, 마진, 관리 피로도를 같이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꼭 모든 상품에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애매한 상품을 무기한으로 방치하지 않게 해줬다.
잘 팔릴 줄 알았던 상품을 삭제하기까지 30일이 걸렸다. 사실 오래 걸린 편이다. 그동안 나는 상품이 아니라 미련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판매자센터에는 애매한 상품이 생긴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예전보다는 조금 빨리 묻는다. 이 상품이 진짜 돈을 만들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화면에 남아 있는 건지.
그 질문에 답이 흐리면, 이제는 판매중지를 먼저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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