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가격 500원 내렸더니 마진이 먼저 무너졌다
쿠팡에서 상품을 팔다 보면 가격을 안 볼 수가 없다. 처음에는 내 상품만 잘 올리면 되는 줄 알았다. 상품명 넣고, 이미지 올리고, 판매가 맞추고, 배송 조건 확인하면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판매를 시작하고 나면 자꾸 경쟁 상품 가격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그냥 참고용이었다. 다른 판매자들은 얼마에 팔고 있나, 내 가격이 너무 높진 않나, 이 정도만 봤다. 그런데 주문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니까 가격이 더 신경 쓰였다. 특히 비슷한 상품을 파는 판매자가 많은 경우에는 500원 차이도 괜히 크게 보였다.
어느 날이었다. 내가 올린 상품이 며칠 동안 조용했다. 원래 하루에 몇 개씩은 나가던 상품이었는데 갑자기 주문이 줄었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 날인가 했다. 그런데 쿠팡에서 같은 상품을 검색해보니 다른 판매자가 가격을 조금 낮춰놨다.
큰 차이는 아니었다. 500원.
이상하게 그 500원이 크게 보였다. 나도 내리면 다시 팔릴 것 같았다. 사실 그때는 깊게 계산하지 않았다. 판매량이 줄어든 게 더 신경 쓰였다. 그래서 나도 가격을 맞췄다. 딱 500원 내렸다.
주문은 다시 조금 움직였다. 그런데 기분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나중에 마진표를 열어보고 알았다. 내가 내린 건 판매가 500원이 아니라, 거의 남는 돈 쪽이었다.
500원은 작아 보였는데 남는 돈에서는 작지 않았다
고객 입장에서 500원은 큰돈이 아닐 수 있다. 특히 몇만 원짜리 상품에서 500원 차이는 그냥 조금 더 싼 정도로 보인다. 그런데 판매자 입장에서 500원은 다르게 느껴진다.
판매가는 500원 내렸지만 원가는 그대로다. 수수료도 크게 줄어드는 게 아니다. 배송비도 그대로다. 결국 그 500원은 거의 마진에서 빠져나간다.
예전에는 이걸 머리로만 알았다. 가격을 내리면 마진이 줄어든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내 상품에 적용해보면 느낌이 다르다. 원래 1개 팔고 2,000원 정도 남는 상품이었다면 500원 인하는 마진의 4분의 1이 사라지는 일이다. 1개 팔 때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10개 팔면 5,000원이고 100개 팔면 5만 원이다.
그날 마진표에 숫자를 다시 넣어봤다. 판매가를 500원 낮추고, 원가와 수수료를 그대로 넣었다. 화면에 나온 순이익을 보는데 조금 허무했다. 주문이 다시 들어온다고 해도 예전만큼 남지 않았다.
이상한 건, 가격을 내릴 때는 되게 쉬웠다는 점이다. 판매자센터에서 숫자만 고치면 된다. 500원 낮추는 데 몇 초도 안 걸린다. 그런데 다시 올리기는 어렵다. 이미 낮춘 가격에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다시 올렸을 때 판매가 줄어들까 봐 손이 잘 안 간다.
가격을 내리는 건 쉬운데, 되돌리는 건 어렵다. 그걸 그때 느꼈다.
처음엔 판매량이 줄어드는 게 더 무서웠다
그때 내가 가격을 내린 이유는 단순했다. 주문이 줄어드는 게 싫었다. 판매자센터가 조용하면 괜히 불안하다. 어제는 팔렸는데 오늘은 안 팔린다. 그러면 상품을 다시 검색해보고, 경쟁 상품을 보고, 가격을 본다.
그 과정에서 경쟁자가 나보다 싸게 팔고 있으면 마음이 흔들린다. 내가 너무 비싸게 팔고 있나. 이러다 노출이 더 밀리는 건 아닐까. 지금이라도 맞춰야 하나.
이 생각이 빠르게 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마진보다 판매량이 먼저 보였다. 판매가 끊기는 게 싫었다. 상품 하나가 잘 팔리기 시작하면 그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가격을 조금 낮춰서라도 주문을 다시 만들고 싶었다.
근데 그렇게 해도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었다. 내가 500원 내리면 다른 판매자가 또 내릴 수 있다. 그러면 다시 고민한다. 여기서 또 맞춰야 하나. 이번엔 300원만 더 내릴까. 이쯤 되면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가격표를 붙잡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게 쿠팡 가격 경쟁에서 제일 피곤한 부분이었다. 한 번 들어가면 계속 보게 된다.
가격을 따라 내렸는데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가격을 낮추고 나면 잠깐은 안심된다. 적어도 경쟁 상품보다 너무 비싸 보이지는 않으니까. 주문이 다시 들어오면 “그래도 내리길 잘했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데 정산을 보면 기분이 달라진다. 매출은 비슷해 보이는데 남는 돈이 줄어 있다. 판매량이 조금 늘어도 마진이 줄어 있으면 전체 수익은 생각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이 팔고 덜 남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가격을 내린 뒤에 주문은 늘었는데 이상하게 더 피곤했던 적이 있다. 주문 처리할 건 늘었다. 품절 확인도 더 자주 해야 했다. 그런데 한 달 뒤에 계산해보니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남지 않았다.
그때 조금 짜증이 났다. 누구한테 화낼 일도 아니었다. 내가 가격을 내렸고, 내가 계산을 대충 봤다. 그냥 판매량 숫자에 먼저 반응한 거다.
판매량이 늘었다고 수익이 늘어난 건 아니었다. 이건 몇 번을 겪어도 가끔 헷갈린다. 특히 플랫폼 화면은 판매량과 매출을 먼저 보여준다. 남는 돈은 내가 따로 계산해야 한다. 그래서 방심하면 화면이 보여주는 숫자에 끌려간다.
가격 경쟁이 심한 상품은 잘 팔려도 오래 들고 가기 힘들었다
쿠팡에서 가격 경쟁이 심한 상품은 처음엔 좋아 보일 수 있다. 이미 수요가 있다는 뜻이니까. 검색하면 상품이 많이 나오고, 리뷰도 많고, 판매자도 많다. 초보 입장에서는 이런 상품이 안전해 보인다.
그런데 판매자가 많다는 건 결국 비교가 쉽다는 뜻이었다. 같은 상품이면 고객은 가격을 본다. 배송 조건을 보고, 리뷰를 보고, 조금이라도 유리한 쪽을 고른다. 판매자는 거기에 맞추려고 가격을 조정한다.
문제는 내가 가격을 마음대로 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내 원가가 아무리 높아도 시장 가격이 내려가면 버티기 어렵다. 원가가 낮은 판매자는 더 낮게 팔 수 있고, 물량이 많은 판매자는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나는 그걸 보면서 계속 계산해야 한다.
이 상품 계속 가져갈 수 있나.
가격을 맞추면 남는 게 줄고, 안 맞추면 주문이 줄 수 있다. 둘 다 편한 선택은 아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가격 경쟁이 너무 심한 상품은 아무리 잘 팔려 보여도 조심하게 됐다.
잘 팔리는 상품이 무조건 좋은 상품은 아니었다. 잘 팔리면서 남아야 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가격을 계속 내려야만 팔리는 상품은 피하고 싶었다.
500원을 내리기 전에 봤어야 했던 것
지금 다시 생각하면 그때 바로 가격을 내리기 전에 몇 가지는 봤어야 했다. 제일 먼저 봐야 했던 건 마진이었다. 500원을 내려도 이 상품을 계속 팔 수 있는지, 최소 마진이 남는지부터 봤어야 했다.
그다음은 판매량이었다. 가격을 내렸을 때 얼마나 더 팔려야 기존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지 계산해봐야 했다. 그냥 “조금 더 팔리겠지”가 아니라, 실제로 몇 개를 더 팔아야 하는지 봐야 했다.
예를 들어 1개당 마진이 줄어들면 판매량이 꽤 늘어야 같은 수익이 나온다. 그런데 가격을 500원 낮춘다고 판매량이 반드시 그만큼 늘어나는 건 아니다. 경쟁자가 다시 가격을 낮추면 효과도 오래가지 않는다.
또 하나 봐야 했던 건 상품의 피로도였다. 주문이 늘었을 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상품인지. 문의가 많은 상품인지. 품절 체크가 자주 필요한 상품인지. 낮은 마진으로 많이 팔릴 때 오히려 더 피곤해질 수 있다.
그때는 이런 걸 한 번에 보지 못했다. 그냥 경쟁자 가격이 보였고, 내 주문이 줄어든 게 보였고, 그래서 바로 움직였다.
이런 결정이 쌓이면 수익률이 조금씩 내려간다. 크게 한 번 망하는 게 아니라, 작게 여러 번 깎인다. 500원씩, 300원씩, 배송비 조금씩, 수수료 조금씩. 나중에 보면 처음 계산했던 마진과 달라져 있다.
가격을 안 내리는 것도 선택이었다
예전에는 경쟁자가 가격을 내리면 나도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만히 있으면 밀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본다.
가격을 안 내리고 지켜보는 것도 선택이다. 물론 주문이 줄 수 있다. 그게 무섭다. 하지만 마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상품을 가격으로만 싸우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
어떤 상품은 가격을 맞추는 게 낫다. 회전이 빠르고, 마진이 충분하고, 경쟁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다면 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상품은 가격을 따라가는 순간 의미가 없어진다. 팔려도 남지 않는 상품이 된다.
그런 상품은 차라리 판매를 줄이거나, 다른 상품을 찾는 게 나을 수 있다. 이 판단이 처음에는 어려웠다. 판매중인 상품을 내려놓는 게 아깝고, 한 번 팔리던 상품을 포기하는 게 손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계속 가격만 맞추는 것도 손해였다. 눈에 바로 보이지 않을 뿐이다.
쿠팡 가격 경쟁을 겪고 나서 상품을 다르게 보게 됐다
그 뒤로는 상품을 볼 때 경쟁 가격을 조금 다르게 본다. 단순히 “내가 더 싸게 팔 수 있나”만 보지 않는다. 이 가격이 무너졌을 때도 버틸 수 있는지 본다. 경쟁자가 500원 낮추면 나는 어떻게 할 건지, 1,000원 낮아지면 이 상품을 계속 가져갈 건지 생각해본다.
처음부터 이런 걸 다 계산하진 못했다. 지금도 가끔 흔들린다. 판매가 줄면 가격을 만지고 싶어진다. 특히 쿠팡은 반응이 빠르니까 더 그렇다. 가격을 조금 바꾸면 바로 변화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이제는 적어도 바로 누르지는 않으려고 한다. 판매자센터 가격 수정 화면을 열어놓고도 한 번 더 계산한다. 이거 내리면 얼마 남지. 이 가격으로 10개 팔면 얼마지. 반품 하나 생기면 괜찮나.
귀찮다. 사실 매번 이렇게 계산하는 건 귀찮다. 하지만 그냥 내렸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다.
쿠팡 가격 경쟁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같은 상품을 여러 판매자가 팔고, 고객은 가격을 비교한다. 이 구조 안에 들어가면 가격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다만 가격을 내리는 게 항상 답은 아니었다.
500원은 작아 보였다. 그래서 쉽게 내렸다. 그런데 그 500원이 내 마진에서 빠져나가는 걸 보고 나서야 알았다. 가격 경쟁에서 진짜 먼저 무너지는 건 판매가가 아니라 내 기준일 수 있었다.
온라인 판매를 하다 보면 매출을 만들고 싶어서 가격을 만지게 된다. 나도 그랬다. 지금도 가끔 그렇다. 하지만 가격을 낮추기 전에 한 번은 계산해봐야 한다. 이 가격으로 팔아도 내가 계속 가져갈 수 있는 상품인지.
그 질문을 안 하면, 팔리긴 팔리는데 점점 남는 게 없어지는 상품을 붙잡고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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