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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판매중지 상품을 14일 동안 다시 살리지 않은 이유

읽는 시간 약 12분

쿠팡에서 상품을 판매하다 보면 판매중지 버튼을 누르는 순간이 있다. 처음에는 이 버튼이 꽤 무겁게 느껴졌다. 상품을 삭제하는 건 아니지만, 판매를 멈춘다는 것 자체가 뭔가 손해처럼 보였다.

특히 한 번이라도 팔린 상품은 더 그렇다. 완전히 안 팔린 상품이면 마음이 조금 편하다. 그냥 반응이 없었구나 하고 넘길 수 있다. 그런데 가끔 주문이 들어왔던 상품은 다르다. 다시 살리면 또 팔릴 것 같고, 조금만 손보면 괜찮아질 것 같고, 괜히 내가 너무 빨리 포기하는 건 아닌가 싶어진다.

한 번 그런 상품이 있었다. 쿠팡에서 몇 번 팔렸고, 마진도 처음 계산했을 때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신경 쓰였다. 원가가 조금씩 움직였고, 경쟁자 가격도 내려갔다. 공급처 재고도 가끔 흔들렸다.

처음에는 가격만 다시 맞추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가격을 맞추면 마진이 얇아졌고, 마진을 지키면 주문이 줄었다. 이 상태로 며칠을 봤다. 판매자센터를 열 때마다 그 상품이 눈에 걸렸다.

결국 판매중지를 눌렀다.

그리고 14일 동안 다시 살리지 않았다.

판매중지를 누르고 나서 바로 후회가 왔다

판매중지 버튼을 누른 직후에는 이상하게 마음이 찝찝했다. 내가 매출을 스스로 줄인 것 같았다. 주문이 많던 상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팔릴 가능성을 닫아버린 느낌이었다.

판매자센터에서 상품 상태가 바뀐 걸 보는데 기분이 묘했다. 방금 전까지는 판매중이었는데 이제는 멈춰 있다. 숫자로 보면 작은 변화인데, 판매자 입장에서는 꽤 크게 느껴진다.

잠깐 이런 생각도 했다.

다시 켤까?

가격을 조금 올려서 다시 열어둘까. 아니면 수량을 1개만 열어둘까. 혹시 오늘 주문이 들어왔을 수도 있는데 괜히 막은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바로 따라왔다.

그런데 다시 켜지는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 상품을 켜두면 내가 계속 봐야 했기 때문이다.

팔릴 가능성보다 신경 쓰이는 시간이 더 컸다

처음에는 판매 가능성만 봤다. 팔릴 수 있는 상품이면 판매중으로 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팔릴 가능성만으로 판단하면 안 됐다.

그 상품은 주문이 아주 없는 상품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애매했다. 그런데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공급처 재고를 먼저 확인해야 했다. 원가가 그대로인지 봐야 했고, 경쟁자 가격도 다시 봐야 했다.

주문 알림이 반가워야 하는데, 그 상품은 조금 달랐다.

“아, 이거 아직 재고 있나?”

이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순간 이미 좋은 상품은 아니었다. 팔렸을 때 바로 기쁜 상품과, 팔렸을 때 확인부터 해야 하는 상품은 다르다.

판매중지를 누르고 나서야 그 차이가 보였다. 판매중일 때는 혹시 팔릴까 봐 붙잡고 있었고, 멈추고 나서는 오히려 그 상품을 안 봐도 되는 시간이 생겼다.

14일 동안 매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판매중지한 뒤 며칠 동안은 괜히 매출을 더 자주 봤다. 혹시 그 상품을 내린 것 때문에 전체 매출이 줄었나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변화가 크지 않았다.

물론 상품 하나를 내리면 그 상품에서 나오던 매출은 사라진다. 그런데 그 상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면, 실제 영향은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 나는 이걸 판매중지하고 나서야 확인했다.

판매중일 때는 그 상품이 꽤 중요해 보였다. 왜냐하면 내 눈에 계속 걸렸기 때문이다. 자주 보는 상품은 실제보다 크게 느껴진다. 관리가 귀찮은 상품일수록 더 그렇다. 신경 쓰는 시간이 많으니 중요한 상품처럼 착각하게 된다.

그런데 14일 동안 꺼두고 보니 아니었다. 매출에 큰 구멍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판매자센터를 볼 때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계속 확인하던 상품 하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때 조금 웃겼다. 내가 붙잡고 있던 건 매출이 아니라 미련에 가까웠다.

판매중지 후에야 마진표를 더 냉정하게 봤다

판매중일 때는 숫자를 조금 좋게 보고 싶어진다. 원가가 조금 올라도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싶고, 가격 경쟁이 있어도 “조금만 버티면 다시 팔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판매중지를 해놓고 다시 마진표를 보니 좀 더 냉정해졌다. 이 상품이 다시 켤 만큼 좋은 상품인지, 아니면 그냥 아까워서 보고 있는 상품인지 구분이 됐다.

현재 원가를 넣고, 배송비를 넣고, 쿠팡 수수료까지 다시 넣었다. 경쟁자 가격도 봤다. 숫자를 넣어보니 답이 꽤 빨리 나왔다. 예전처럼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었다.

처음 등록할 때는 괜찮았다. 그런데 지금 기준으로는 아니었다.

이 차이를 인정하는 게 어려웠다. 온라인 판매를 하다 보면 과거의 계산을 계속 붙잡을 때가 있다. 처음에 남을 것 같았으니까, 처음에 팔렸으니까, 처음에 괜찮아 보였으니까. 그런데 상품은 계속 변한다. 원가도 변하고, 경쟁 가격도 변하고, 플랫폼 상황도 변한다.

처음에 좋았던 상품이 지금도 좋은 상품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판매중지를 풀지 않은 진짜 이유

14일 동안 다시 살리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안 팔려서가 아니었다. 그 상품은 다시 켜면 언젠가 또 팔릴 수 있었다. 문제는 팔린 뒤였다.

팔리면 공급처를 다시 봐야 한다. 원가 확인해야 한다. 배송 가능 여부 확인해야 한다. 혹시 원가가 또 올랐으면 판매가를 바꿔야 한다. 고객 문의가 오면 답해야 한다. 그 모든 걸 생각했을 때 이 상품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애매했다.

온라인 판매에서 상품 하나를 열어둔다는 건 그냥 페이지 하나를 켜두는 게 아니었다. 그 상품에 대한 책임을 계속 열어두는 일이었다.

이걸 판매중지하고 나서 더 분명히 느꼈다.

예전에는 판매중 상품 수가 많으면 좋다고 생각했다. 상품이 많을수록 주문이 들어올 가능성도 많으니까. 그런데 상품 수가 많아질수록 내가 책임져야 할 상품도 많아진다. 그중 일부는 돈을 만들지만, 일부는 신경만 쓴다.

이 상품은 후자에 가까웠다.

다시 켜도 되는 상품과 그냥 둬야 하는 상품

판매중지한 상품을 전부 버려야 하는 건 아니다. 어떤 상품은 잠깐 멈춰두고 다시 살릴 수 있다. 원가가 안정되거나, 공급처 재고가 풀리거나, 가격 경쟁이 잠잠해지면 다시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상품은 다시 켜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원가가 자주 바뀌고, 가격 경쟁이 심하고, 공급처가 불안하고, 마진이 얇은 상품. 이런 상품은 다시 켜도 며칠 뒤 또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내가 멈춰둔 상품은 그런 쪽이었다.

다시 켜는 순간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다시 켜는 순간 다시 관리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상품이었다. 그래서 그냥 뒀다. 완전히 삭제한 건 아니지만, 당분간은 판매중지 상태로 두는 게 맞겠다고 봤다.

예전 같으면 어떻게든 다시 살렸을 것이다. 상품 수가 줄어드는 게 싫었고, 팔릴 가능성을 버리는 게 아까웠으니까. 지금은 조금 다르다. 팔릴 가능성보다 반복될 피로가 먼저 보인다.

상품을 멈춰두니 새 상품이 더 잘 보였다

판매중지를 하고 나서 의외로 좋은 점이 있었다. 다른 상품을 볼 여유가 생겼다. 화면에서 계속 신경 쓰이던 상품 하나가 사라지니, 진짜 봐야 할 상품이 조금 더 눈에 들어왔다.

잘 팔리는 상품의 원가를 다시 확인했고, 마진이 괜찮은 상품을 따로 봤다. 새로 테스트할 상품도 조금 더 차분하게 볼 수 있었다. 애매한 상품 하나에 묶여 있을 때는 이런 게 잘 안 됐다.

상품을 많이 올리는 것만 일이 아니었다. 멈춰야 할 상품을 멈추는 것도 일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성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상품을 새로 등록하면 숫자가 늘어난다. 판매중지를 하면 숫자가 줄어든다. 그래서 괜히 후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반대일 때도 있었다. 애매한 상품을 줄여야 중요한 상품에 시간을 더 쓸 수 있다. 판매중 상품 수가 줄어도 관리 가능한 상품이 늘어나면 더 나을 수 있다.

판매중지는 실패가 아니라 보류에 가까웠다

쿠팡 판매중지를 예전에는 실패처럼 봤다. 이 상품은 안 됐다. 내가 잘못 골랐다. 이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본다.

판매중지는 보류에 가깝다. 지금 이 상태로는 팔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나중에 조건이 좋아지면 다시 볼 수 있다. 원가가 내려가거나, 경쟁 가격이 올라가거나, 공급처가 안정되면 다시 켤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버튼이 덜 무거워졌다. 삭제는 끝처럼 느껴지지만, 판매중지는 잠깐 멈추는 것이다. 물론 계속 방치하면 의미가 없다. 판매중지한 상품도 나중에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문제가 있는 상품을 계속 열어두는 것보다는 낫다.

나는 이걸 너무 늦게 편하게 받아들였다.

쿠팡 판매중지를 누르기 전 지금은 3가지를 본다

요즘은 상품을 판매중지할지 고민할 때 세 가지를 본다. 아주 복잡한 기준은 아니다. 내가 계속 헷갈려서 만든 기준이다.

첫째, 현재 마진이 남는지 본다. 처음 등록할 때 마진이 아니라 지금 기준이다. 원가가 바뀌었는지, 배송비가 바뀌었는지, 경쟁 가격이 내려갔는지 다시 넣어본다.

둘째, 공급처가 안정적인지 본다. 팔렸을 때 바로 주문 넣을 수 있는지, 품절이 잦은지, 옵션이 바뀌지는 않았는지 확인한다. 주문이 들어왔는데 공급처부터 불안하면 오래 가져가기 어렵다.

셋째, 이 상품이 내 시간을 얼마나 잡아먹는지 본다. 문의가 많거나, 원가 확인이 자주 필요하거나, 가격 경쟁이 심해서 계속 봐야 하는 상품은 실제 마진보다 더 피곤하다.

이 세 가지 중 두 가지 이상이 애매하면 판매중지를 생각한다. 예전에는 이 정도로 보지 않았다. 그냥 팔릴 가능성만 봤다. 그런데 팔릴 가능성은 생각보다 사람을 오래 붙잡는다.

진짜 봐야 하는 건 팔렸을 때 계속 가져갈 수 있는지였다.

14일 동안 안 켰더니 답이 더 선명해졌다

판매중지하고 하루 이틀은 계속 생각난다. 다시 켜야 하나. 괜히 껐나.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조금 선명해진다. 그 상품이 정말 필요했는지, 없어도 큰 문제가 없는지 보인다.

14일 동안 안 켰는데 매출에 큰 영향이 없고, 마음이 더 편하다면 그 상품은 굳이 다시 켤 이유가 약하다. 반대로 계속 생각나고, 조건만 맞으면 다시 팔고 싶은 상품이라면 수정해서 살릴 수도 있다.

그 14일은 나한테 일종의 거리두기였다. 판매중일 때는 계속 눈에 걸려서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멈춰두고 나면 조금 떨어져서 볼 수 있다.

그 상품은 14일 뒤에도 다시 켜고 싶지 않았다. 그게 답이었다.

판매중 상품을 줄이는 게 사업을 줄이는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판매중 상품 수가 줄어드는 게 싫었다. 상품 수가 줄면 기회도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꼭 그렇게 보지 않는다.

판매중 상품을 줄이는 게 사업을 줄이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관리할 수 없는 상품을 줄이고, 남는 상품에 집중하는 일일 수도 있었다.

쿠팡 판매중지를 눌렀다고 해서 바로 매출이 무너지는 건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상품은 그랬다. 오히려 애매한 상품을 멈추고 나니 어떤 상품을 더 봐야 하는지 조금 더 분명해졌다.

물론 모든 상품을 쉽게 멈추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상품은 시간이 지나야 반응이 오고, 어떤 상품은 상품명이나 가격을 수정하면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신경 쓰이기만 하고, 실제로 남는 게 약한 상품은 한 번 멈춰볼 필요가 있었다.

상품을 계속 켜두는 것도 선택이고, 멈추는 것도 선택이다. 예전에는 켜두는 쪽이 기본값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계속 팔 이유가 없으면 멈춰두는 게 더 나을 때도 있다.

쿠팡 판매중지 버튼은 아직도 가볍지 않다. 그래도 예전처럼 무조건 아깝게만 보지는 않는다. 어떤 상품은 멈춰야 다른 상품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 상품을 14일 동안 다시 살리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없어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확인한 뒤부터는 판매중지 버튼이 조금 덜 무서워졌다.

MARK 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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