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소명 요청을 받고 3일 동안 상품을 지울지 고민했다
쿠팡에서 판매를 하다 보면 가끔 화면 하나 때문에 하루 기분이 바뀔 때가 있다. 주문 알림이면 좋다. 정산 알림이면 더 좋다. 그런데 소명 요청은 다르다. 처음 보는 순간부터 뭔가 잘못한 사람처럼 앉게 된다.
처음 쿠팡 소명 요청을 받았을 때도 그랬다. 판매자센터에 들어갔는데 평소에 보던 주문이나 정산 화면이 아니라, 상품 관련 안내가 떠 있었다. 정확히 어떤 자료를 내야 하는지 읽어보긴 했는데, 한 번에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영업신고증, 구매영수증, 거래내역, 실물사진 같은 단어들이 보였다.
그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다.
이 상품 계속 팔아야 하나?
소명 자료를 준비하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과정이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품 하나 때문에 자료를 찾고, 사진을 찍고, 구매내역을 맞추고, 다시 제출해야 했다. 판매량이 큰 상품이면 어떻게든 붙잡았을 텐데, 애매한 상품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소명할까. 그냥 내릴까.
이 고민을 3일 정도 했다.
처음에는 자료만 내면 끝날 줄 알았다
처음 소명 요청을 봤을 때는 필요한 자료를 내면 끝날 줄 알았다. 판매한 상품이고, 구매한 내역도 있으니 제출하면 되겠지 싶었다. 그런데 막상 자료를 준비하려고 하니 생각보다 맞춰야 할 게 많았다.
구매영수증에 적힌 상품명과 쿠팡에 등록한 상품명이 완전히 같지 않을 수 있다. 옵션 수량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브랜드명이나 제조사명이 내가 등록한 내용과 조금 다르면 그것도 신경 쓰인다. 평소에는 별문제 없어 보이던 부분들이 소명 요청 앞에서는 전부 확인해야 할 항목이 됐다.
특히 온라인 판매를 하다 보면 상품 등록할 때 빠르게 넘긴 부분이 있다. 그때는 빨리 올리는 게 중요했다. 상품명, 가격, 이미지, 배송비를 맞추고 나면 일단 등록했다. 제조사나 브랜드명도 공급처 정보를 보고 넣었다. 그런데 나중에 소명 요청이 오면 그 작은 부분들이 다시 돌아온다.
그 화면을 보면서 예전에 대충 넘긴 등록 화면이 떠올랐다. 그때 1분 아끼겠다고 제대로 안 본 게 지금 1시간짜리 일이 되어 돌아온 느낌이었다.
상품 수량 9999개가 갑자기 거슬려 보였다
처음 상품을 등록할 때 수량을 넉넉하게 넣은 적이 있었다. 위탁이나 온라인 소싱 상품을 올릴 때 재고를 정확히 들고 있는 게 아니다 보니, 판매 가능 수량을 크게 잡아둔 것이다. 당시에는 별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소명 요청을 받고 나니 그 숫자가 갑자기 이상해 보였다. 9999개.
내가 실제로 들고 있는 재고도 아닌데 이 숫자가 판매자센터에 떠 있는 걸 보니 괜히 찝찝했다. 고객이 보기에는 그냥 판매 가능 수량일 수 있지만, 소명하는 입장에서는 내가 이 상품을 실제로 어떻게 판매하고 있는지 다시 설명해야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수량을 1개로 수정했다. 아주 작은 수정인데, 그때는 꽤 중요하게 느껴졌다. 내가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열어두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판매를 하면서 숫자를 크게 넣는 건 쉽다. 9999개든 999개든 입력하면 끝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숫자를 설명해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명 자료를 준비하면서 상품을 다시 보게 됐다
소명 자료를 준비하다 보면 상품을 처음 등록할 때보다 더 자세히 보게 된다. 이 상품의 공급처가 어디였는지, 내가 어떤 경로로 샀는지, 영수증에 어떻게 표시되는지, 상세페이지와 실제 상품이 맞는지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 과정이 꽤 피곤했다. 주문 들어온 상품을 처리하는 일과는 느낌이 다르다. 판매를 더 늘리기 위한 일이 아니라, 이미 올린 상품을 방어하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더 지친다.
구매내역을 찾으려고 쇼핑몰 주문 내역을 열고, 카드 결제 내역을 다시 보고, 상품 사진도 확인했다. 실물사진을 요구하면 실제 상품을 꺼내서 찍어야 한다. 배경도 신경 쓰이고, 상품명이 보이게 찍어야 하는지, 바코드나 유통기한이 보여야 하는지 하나씩 생각하게 된다.
그때부터 상품 하나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등록 상품 1개였다. 그런데 소명 요청을 받고 나니 그 상품 하나가 자료, 구매경로, 사진, 영수증, 브랜드 정보까지 묶인 덩어리처럼 보였다.
브랜드명 하나 잘못 넣은 것도 마음에 걸렸다
소명 요청을 받은 뒤 가장 신경 쓰인 건 브랜드와 제조사 정보였다. 평소에 상품을 올릴 때 공급처에 적힌 정보를 그대로 넣거나, 비슷한 이름을 보고 입력한 경우가 있었다. 그때는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소명 과정에서는 그게 마음에 걸렸다. 내가 등록한 브랜드명이 실제 상품의 브랜드명과 정확히 맞는지, 제조사명은 맞는지, 본사명과 유통사명이 섞이지 않았는지 다시 보게 됐다.
작은 오기재처럼 보여도 판매자 입장에서는 불안하다. 쿠팡에 제출하는 자료와 등록 정보가 다르게 보이면 반려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려를 한 번 겪고 나면 더 예민해진다. 어떤 부분 때문에 안 된 건지 명확히 알기 어려울 때도 있어서 더 그렇다.
브랜드명 하나를 고치려고 상품 정보를 다시 열었다. 글자 몇 개 바꾸는 일인데 괜히 시간이 걸렸다. 예전에는 이런 걸 등록 과정의 일부로 봤다면, 그날은 리스크를 줄이는 일처럼 느껴졌다.
소명할 상품과 지울 상품을 나누기 시작했다
소명 요청을 받고 나서 모든 상품을 똑같이 볼 수 없게 됐다. 어떤 상품은 자료를 준비해서 계속 가져가야 했다. 판매량이 있고, 마진도 괜찮고, 공급처도 비교적 명확한 상품이라면 시간이 들더라도 소명할 이유가 있었다.
반대로 애매한 상품도 있었다. 한 달에 몇 개 팔리지 않고, 마진도 얇고, 소명 자료도 깔끔하게 준비하기 어려운 상품. 이런 상품은 계속 붙잡는 게 맞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쿠팡 소명 요청은 단순히 자료 제출 문제가 아니었다. 이 상품을 앞으로도 책임지고 팔 수 있느냐를 묻는 일처럼 느껴졌다.
이 질문이 생각보다 무거웠다.
처음에는 상품을 삭제하는 게 아까웠다. 어렵게 등록했고, 어쩌다 주문이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소명 준비를 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자료 하나 제대로 맞추기 어려운 상품이라면, 앞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도 계속 불안할 수밖에 없다.
판매량보다 소명 가능성을 먼저 본 상품도 있었다
예전에는 상품을 볼 때 판매량과 마진을 먼저 봤다. 이건 당연하다. 팔리고 남아야 하니까. 그런데 소명 요청을 겪고 난 뒤에는 하나가 더 붙었다. 이 상품은 문제가 생겼을 때 소명할 수 있나.
구매경로가 명확한지. 영수증이 남는지. 실물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브랜드와 제조사 정보가 정확한지. 상품 옵션과 구매내역이 맞는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됐다. 조금 귀찮은 기준이다. 상품을 빠르게 늘리고 싶을 때는 이런 기준이 속도를 늦춘다. 그런데 나중에 소명 요청이 오면 이 기준을 안 본 대가를 치른다.
특히 건강식품이나 브랜드가 있는 상품은 더 조심스럽게 봐야 했다. 잘못 등록하면 단순 수정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대형 브랜드 상품은 판매가 잘될 것 같아도, 소명이나 유통경로 확인에서 부담이 클 수 있었다.
그 뒤로는 잘 팔릴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상품을 올리는 게 조금 무서워졌다. 팔릴 수 있는 상품과 내가 계속 책임질 수 있는 상품은 달랐다.
반려를 받으면 사람 마음이 이상해진다
소명 자료를 제출하고 반려를 받으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자료를 냈는데 부족하다는 뜻이다. 다시 준비해야 한다. 안내 문구를 읽어도 정확히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한 번에 안 잡힐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같은 자료를 다시 보게 된다. 영수증을 다시 확인하고, 상품 사진을 다시 찍고, 주소창이 보이게 캡처를 다시 하고, 옵션 수량을 다시 맞춘다. 처음에는 이 정도면 되겠지 싶었는데, 한 번 반려되면 그다음부터는 더 꼼꼼하게 보게 된다.
문제는 시간이 계속 간다는 점이다. 그 시간에 다른 상품을 등록할 수도 있고, 잘 팔리는 상품을 관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소명 하나에 묶이면 몇 시간씩 빠진다. 상품 하나 때문에 하루 일정이 밀리는 날도 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상품이 그만한 가치가 있나?
이 질문에 바로 답이 나오지 않으면 이미 애매한 상품이었다.
삭제는 아깝지만 계속 붙잡는 것도 비용이었다
소명 반려를 겪고 나니 상품 삭제를 다르게 보게 됐다. 예전에는 삭제하면 손해 같았다. 판매 기회를 없애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계속 붙잡는 것도 비용이었다.
자료 준비하는 시간, 반려 후 다시 확인하는 시간, 판매중지 상태를 보며 신경 쓰는 시간. 이런 것들도 전부 비용이다. 눈에 바로 돈으로 찍히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몇몇 상품은 그냥 정리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특히 대형 브랜드나 유통경로 소명 부담이 큰 상품은 더 그랬다. 한두 개 팔려고 계속 마음 졸이는 게 맞나 싶었다.
물론 모든 상품을 겁먹고 지울 필요는 없다. 그런데 내가 소명할 자신이 없는 상품을 계속 열어두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그날 이후로 판매자센터를 볼 때 상품 수가 예전처럼 든든하게만 보이지 않았다. 상품 수가 많다는 건 판매 기회가 많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책임질 상품이 많다는 뜻이기도 했다.
쿠팡 소명 요청 이후 상품 등록 기준이 바뀌었다
소명 요청을 겪기 전에는 상품 등록 기준이 비교적 단순했다. 팔릴 것 같은지, 마진이 남는지, 경쟁자가 너무 많지는 않은지. 이 정도를 봤다. 물론 이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후에는 등록 전에 한 번 더 보게 됐다. 이 상품은 구매내역을 깔끔하게 남길 수 있는지. 나중에 실물사진을 요청받으면 찍을 수 있는지. 브랜드명과 제조사명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지. 공급처가 불안정하지는 않은지.
이걸 보니까 등록 속도는 조금 느려졌다. 전보다 상품을 덜 올리게 됐다. 처음에는 이게 손해처럼 느껴졌다. 상품 수를 늘려야 하는데 괜히 조심만 많아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낫다고 느꼈다. 등록할 때 조금 더 보는 게 나중에 마음을 덜 불편하게 했다. 소명 요청이 왔을 때 자료를 찾느라 허둥대는 것보다, 처음부터 정리해두는 게 훨씬 낫다.
온라인 판매는 빠르게 올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계속 팔 수 있는 상태로 올리는 게 더 중요했다. 이건 소명 요청을 받고 나서야 더 선명해졌다.
지금은 상품 하나 올릴 때 캡처부터 남긴다
요즘은 상품을 올릴 때 예전보다 자료를 더 남기려고 한다. 구매처 화면, 상품 정보, 옵션, 가격, 브랜드나 제조사 정보. 전부 완벽하게 정리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나중에 다시 찾을 수 있게 해두려고 한다.
캡처 몇 장이 귀찮을 때도 있다. 상품 등록할 때 흐름이 끊긴다. 그런데 소명 요청을 겪고 나면 그 캡처 몇 장이 나중에 시간을 줄여준다는 걸 알게 된다.
특히 주소창이 보이는 캡처, 구매내역, 실제 상품 사진은 생각보다 중요했다. 나중에 찾으려면 기억이 흐려진다. 어디서 샀는지, 어떤 옵션이었는지, 그때 가격이 얼마였는지 헷갈린다.
그때 저장해둔 자료가 있으면 덜 흔들린다. 없으면 다시 뒤진다. 그리고 뒤지는 동안 계속 생각한다. 왜 그때 안 남겨놨지.
소명 요청은 귀찮은 일이 아니라 경고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쿠팡 소명 요청이 그냥 귀찮은 일처럼 느껴졌다. 자료를 내야 하고, 사진을 찍어야 하고, 반려되면 다시 제출해야 하니까. 실제로 귀찮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요청은 내 상품 운영 방식을 다시 보게 만든 계기였다. 내가 어떤 상품을 너무 쉽게 올렸는지, 어떤 정보가 부정확했는지, 어떤 상품은 애초에 오래 가져가기 어려웠는지 보게 됐다.
판매량만 보면 안 보이는 것들이 있다. 상품이 팔리는 동안에는 괜찮아 보인다. 그런데 소명 요청이 오면 등록 정보, 구매경로, 실물 증빙, 유통경로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앞으로 나온다.
그때부터 상품 하나를 보는 기준이 바뀌었다. 팔릴까보다 먼저, 문제가 생겼을 때 설명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됐다.
이 기준은 조금 보수적이다. 상품을 빠르게 늘리는 데는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1인 판매자가 오래 하려면 이런 보수적인 기준도 필요했다. 모든 상품을 다 감당할 수는 없으니까.
쿠팡 소명 요청을 받고 3일 동안 상품을 지울지 고민했다. 처음엔 그 시간이 아까웠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 3일 동안 내가 본 건 상품 하나가 아니었다. 앞으로 어떤 상품을 팔아야 덜 흔들리는지였다.
이후로도 소명 요청은 반갑지 않다. 아마 계속 그럴 것이다. 그래도 이제는 알겠다. 소명할 수 없는 상품은 판매량이 있어도 오래 붙잡기 어렵다. 판매자센터에 상품을 올리는 순간, 그 상품을 설명할 책임도 같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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