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h804

온라인 판매 재고 없이 시작했지만, 결국 50개 상품을 다시 확인한 이유

읽는 시간 약 12분

온라인 판매를 처음 시작할 때 재고를 들고 가지 않는다는 말이 꽤 크게 느껴졌다. 창고가 없어도 되고, 상품을 미리 사두지 않아도 되고, 팔리면 그때 공급처에서 주문하면 된다는 구조. 처음 듣기에는 부담이 확 줄어드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재고 관리라는 말을 조금 멀게 생각했다. 사입해서 물건을 쌓아두는 사람들한테 필요한 말이라고 봤다. 나는 위탁이나 온라인 소싱 위주로 하니까, 품절만 안 나게 보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근데 이 생각이 오래가진 않았다.

상품 수가 늘어나니까 화면이 지저분해졌다. 판매자센터에는 판매중인 상품이 계속 쌓여 있었고, 공급처 가격은 가끔 바뀌었다. 어떤 상품은 품절이었다가 다시 풀리고, 어떤 상품은 옵션이 사라졌다. 나는 재고를 들고 있지 않았는데도 재고 문제를 계속 보고 있었다.

이게 처음엔 좀 이상했다.

재고가 없는데 왜 재고 관리를 하고 있지?

판매중 상품 50개를 다시 열어본 날

어느 날 상품 몇 개를 확인하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예전에 올려둔 상품 중 하나가 공급처에서는 이미 품절 상태였다. 그런데 내 판매자센터에서는 여전히 판매중이었다.

그 순간 등 뒤가 살짝 서늘했다. 주문이 안 들어와서 다행이었지, 만약 그 상태로 주문이 들어왔으면 바로 취소하거나 대체 상품을 찾아야 했다. 고객에게 안내해야 하고, 플랫폼 패널티도 신경 써야 하고, 괜히 판매자 점수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 상품 하나만 문제였으면 그냥 수정하고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찝찝해서 다른 상품들도 열어봤다. 처음에는 5개만 보려고 했다. 그러다 10개가 되고, 20개가 됐다. 결국 한참 동안 예전에 올려둔 상품들을 다시 확인했다.

대략 50개 정도를 훑어봤던 것 같다. 정확히 세어본 건 아니지만, 그날 느낌은 아직 기억난다. 상품 하나하나를 다시 열어보는 게 생각보다 귀찮았다. 상품명은 멀쩡한데 공급처 원가가 달라진 것도 있었고, 옵션이 바뀐 것도 있었다. 배송비 조건이 바뀐 상품도 있었다.

판매자센터 화면에서는 다 똑같이 판매중으로 보였다. 그런데 안쪽을 열어보면 상태가 다 달랐다.

재고를 안 들고 있어도 품절은 내 문제가 됐다

처음에는 공급처 재고니까 공급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판매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고객은 나한테 주문한다. 플랫폼도 나를 판매자로 본다. 공급처가 품절을 냈더라도 고객에게 안내하고 처리하는 건 결국 내 일이었다.

이걸 몇 번 겪으면 품절이라는 단어가 가볍게 안 보인다. 특히 주문이 들어온 뒤에 품절을 알게 되면 기분이 안 좋다. 상품이 팔려서 좋은 게 아니라, 먼저 공급처부터 열어보게 된다.

“제발 있으면 좋겠다.”

주문 확인하고 이런 생각부터 드는 건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상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재고를 들고 있지 않으면 창고 비용은 줄어든다. 하지만 통제권도 줄어든다. 공급처가 품절을 내면 내가 바로 움직여야 한다. 공급처가 원가를 올리면 내 마진이 바뀐다. 공급처가 상품 이미지를 바꾸거나 구성을 바꾸면 내 상세페이지와 달라질 수도 있다.

이런 걸 겪고 나니 재고 관리라는 말이 다르게 보였다. 물건을 창고에 쌓아두는 것만 재고 관리가 아니었다. 내가 판매중으로 열어둔 상품이 지금도 실제로 팔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하는 것도 재고 관리였다.

품절보다 더 늦게 알아차린 건 원가 변동이었다

품절은 그래도 티가 난다. 공급처 화면에 품절이라고 떠 있으면 바로 알 수 있다. 문제는 원가다. 원가는 조용히 바뀐다. 어제보다 300원, 500원, 1,000원 올라 있어도 일부러 다시 열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게 진짜 골치 아팠다.

판매가는 그대로인데 원가만 올라간 상태로 며칠이 지나면, 주문은 들어오는데 남는 돈이 줄어든다. 판매자센터에서는 매출이 찍힌다. 겉으로 보면 아무 문제 없어 보인다. 그런데 나중에 계산해보면 뭔가 이상하다.

이 상품 원래 이 정도 남았나?

처음에는 내 계산이 틀린 줄 알았다. 예전 마진표를 다시 보고, 공급처 가격을 열어보고 나서야 알았다. 원가가 바뀌어 있었다. 내가 못 본 사이에.

온라인 판매에서 이런 일이 몇 번 생기면 상품을 오래 방치하기가 무서워진다. 특히 마진이 얇은 상품은 원가가 조금만 올라가도 바로 애매해진다. 팔아도 남는 게 거의 없거나, 심하면 배송비와 수수료까지 빼고 나면 의미 없는 상품이 된다.

판매중인 상품이 많아질수록 숫자는 나를 속였다

처음에는 판매중 상품 수가 많으면 좋아 보였다. 상품이 많다는 건 그만큼 팔릴 가능성도 많다는 뜻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맞다. 상품이 너무 적으면 테스트할 수 있는 폭도 좁다.

그런데 상품 수가 늘어날수록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상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판매자센터에는 100개가 넘는 상품이 있어도, 내가 최근에 원가와 재고를 확인한 상품은 그중 일부였다. 나머지는 그냥 판매중 상태로 남아 있었다.

이게 문제였다.

판매중이라는 표시가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내가 확인하지 않은 판매중 상품은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었다. 품절일 수도 있고, 원가가 바뀌었을 수도 있고, 경쟁자 가격이 내려갔을 수도 있다. 화면에 떠 있는 숫자는 많아졌는데,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상품은 많지 않았다.

그때부터 상품 수를 보는 기분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많이 올려둔 게 뿌듯했다. 나중에는 그 숫자가 관리해야 할 숙제처럼 보였다.

재고 관리가 귀찮아서 구글시트를 열었다

처음부터 대단한 관리표를 만든 건 아니었다. 사실 귀찮아서 미루다가 어쩔 수 없이 만들었다. 판매중 상품을 하나씩 열어보는 게 너무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구글시트에 상품명, 판매 링크, 공급처 링크, 원가, 판매가, 배송비, 마지막 확인일 정도를 적기 시작했다.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만 적어도 달라지는 게 있었다.

일단 마지막으로 언제 확인했는지가 보였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했다. 어떤 상품은 한 달 넘게 확인하지 않은 상태였고, 어떤 상품은 원가가 바뀐 지 오래됐는데 내가 놓치고 있었다. 시트에 날짜가 찍혀 있으니 더 이상 “최근에 봤던 것 같은데”라는 말로 넘어가기 어려웠다.

그리고 공급처 링크를 바로 열 수 있으니 확인 시간이 줄었다. 예전에는 상품명을 검색하고, 구매처를 찾고, 옵션을 다시 확인했다. 그 과정이 귀찮아서 더 미뤘다. 링크가 있으니 적어도 열어보는 장벽은 낮아졌다.

물론 시트를 만든다고 모든 게 자동으로 해결되지는 않았다. 결국 내가 봐야 한다. 날짜를 확인하고, 원가를 바꾸고, 판매중지를 걸지 말지 판단해야 한다. 그래도 아무것도 없이 기억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관리표를 만들고 제일 먼저 지운 상품들

구글시트를 만들고 나서 의외로 먼저 한 일은 상품을 더 올리는 게 아니었다. 지우는 일이었다.

원가가 올라서 마진이 거의 없어진 상품. 공급처 재고가 자주 흔들리는 상품. 옵션이 너무 많아서 확인하기 귀찮은 상품. 판매된 적도 거의 없는데 계속 신경 쓰이는 상품.

이런 것들이 보였다.

예전에는 혹시 나중에 팔릴까 봐 그냥 놔뒀다. 판매중으로 둔다고 돈이 드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실제로는 돈은 안 들어도 신경은 쓰였다. 그리고 관리하지 못한 상품은 나중에 주문이 들어왔을 때 더 큰 귀찮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래서 몇 개는 그냥 판매중지했다. 처음엔 아까웠다. 어렵게 등록한 상품인데 지우는 느낌이 별로였다. 그런데 막상 정리하고 나니 화면이 조금 가벼워졌다. 안 팔리던 상품을 붙잡고 있는 것보다, 팔 수 있는 상품을 제대로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판매 재고 관리는 창고가 없어도 필요했다

온라인 판매 재고 관리라고 하면 보통 사입 재고를 떠올린다. 집이나 창고에 쌓아둔 물건, 몇 개 남았는지 세야 하는 박스, 유통기한이나 보관 공간 같은 것들.

그런데 위탁이나 무재고 방식으로 해도 재고 관리는 필요했다. 방식만 다를 뿐이었다. 내가 직접 물건을 들고 있지 않아도, 판매 가능한 상태인지 계속 확인해야 했다.

공급처에 실제 재고가 있는지. 원가가 그대로인지. 옵션이 바뀌지 않았는지. 배송비 조건은 유지되는지. 플랫폼에 올린 판매가가 아직 맞는지. 이런 것들이 전부 재고 관리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이걸 너무 늦게 봤다. 재고가 없으니 관리도 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품 수가 늘어나자 오히려 확인해야 할 화면이 많아졌다. 재고 부담은 없지만, 정보 관리 부담이 생긴 셈이다.

이걸 놓치면 주문이 들어왔을 때 바로 티가 난다. 공급처에 재고가 없거나, 원가가 올라서 남는 돈이 없거나, 배송비가 바뀌어서 계산이 틀어진다. 주문은 반가운 일인데, 그 순간 불안해지면 뭔가 잘못된 거다.

상품을 올리는 속도보다 확인하는 주기가 더 중요했다

한동안은 상품을 얼마나 많이 올리느냐에 신경을 많이 썼다. 하루에 몇 개, 일주일에 몇 개. 상품 수를 늘리는 게 곧 성장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은 확인 주기가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100개를 올려도 한 달 동안 안 보면 위험하다. 30개만 올려도 꾸준히 확인하면 더 안정적일 수 있다. 특히 원가가 자주 바뀌는 상품이나 품절이 잦은 공급처 상품은 더 그렇다.

나는 이걸 좀 늦게 배웠다. 상품 등록은 눈에 보이는 일이지만, 확인은 티가 덜 난다. 등록하면 상품 수가 늘어난다. 확인은 숫자가 늘지 않는다. 그래서 초반에는 확인을 미뤘다.

근데 판매를 계속하려면 미뤄둔 확인이 언젠가 돌아온다. 보통 좋지 않은 타이밍에 온다. 주문이 들어왔을 때, 고객이 문의했을 때, 가격 경쟁이 생겼을 때.

그때 허둥대지 않으려면 평소에 조금씩 봐야 했다.

지금은 상품을 늘릴 때 관리할 수 있는지도 같이 본다

요즘은 상품을 새로 올릴 때 예전보다 조금 느려졌다. 예전에는 팔릴 것 같으면 일단 등록하려고 했다. 지금은 이 상품을 계속 확인할 수 있을지도 본다.

공급처가 안정적인지, 원가가 자주 바뀌는지, 옵션이 너무 복잡하지 않은지, 품절 가능성이 큰지. 이런 것들을 본다. 판매 가능성만 보는 게 아니라, 판매 후 관리 가능성도 보는 것이다.

이 기준이 생기고 나서 아예 안 올리는 상품도 늘었다. 예전 같으면 테스트해봤을 상품인데, 지금은 손이 많이 갈 것 같으면 그냥 넘긴다. 조금 아쉽긴 하다. 하지만 모든 상품을 다 가져갈 수는 없었다.

1인 판매자는 특히 그렇다. 상품을 많이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으면 관리가 무너진다. 상품이 많아지는 건 좋은데, 그 상품들이 내 통제 안에 있어야 했다.

온라인 판매를 시작할 때 재고 없이 할 수 있다는 말은 분명 장점이다. 나도 그 장점 때문에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고가 없다는 말이 관리가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재고를 창고에 쌓아두지 않을 뿐, 판매중인 상품들은 계속 내 화면 어딘가에 쌓인다. 그리고 그 상품들이 지금도 팔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하는 일은 결국 내 몫이었다.

처음엔 상품을 많이 올리는 사람이 이기는 줄 알았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오래 가려면 많이 올리는 것보다, 팔 수 있는 상태로 계속 유지하는 게 먼저였다.

MARK YU

함께 보면 좋은 글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